📑 목차
1. 돈을 정리하다 보니, 함께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보였다
나는 돈 공부를 하면서 많은 것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수입과 지출, 목표 금액, 단기와 장기의 구분까지. 숫자로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구조가 잡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돈에 대한 기준은 또렷해졌는데, 그 돈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기준은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나는 숫자만 정리하는 일을 잠시 멈췄다.
얼마를 벌고, 어떻게 모을지 적어 내려가던 흐름에서 벗어나, 이 모든 과정이 어떤 삶을 향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졌다. 돈의 방향이 정리될수록, 정작 돈 바깥의 기준은 제대로 적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돈과 나란히 놓고 싶은 가치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기로 했다. 효율이나 수익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결국 내가 지키고 싶은 삶의 중심에 있는 것들이다. 이 기록은 돈을 더 벌기 위한 계획서가 아니다. 돈을 다루는 과정 속에서도 내가 잃고 싶지 않은 기준들을 다시 꺼내어 바라본 시간에 가깝다. 이 정리는 앞으로의 선택들에서, 숫자보다 먼저 떠올려야 할 나만의 기준이 되어줄 것 같다.
2. 건강은 언제나 뒤로 밀려왔다는 사실
돌이켜보면 나는 건강을 늘 뒷순위에 두고 살아왔다.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을 미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식사를 대충 넘겼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느끼면서도,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해야 할 일들이 늘 앞에 있었고, 내 몸은 그 뒤에 서 있는 존재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돈 공부를 하며 장기적인 삶을 그리기 시작하자, 이 태도가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아무리 계획이 잘 짜여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계획은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체력이 떨어진 날에는 판단도 흐려졌고, 감정 기복도 커졌다. 이 경험을 반복하면서 나는 건강이 삶의 바탕이라는 걸 체감했다.
그래서 나는 건강을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유지해야 할 기본값으로 두기로 했다. 특별히 잘하지 않아도 되지만,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않겠다는 기준이다. 매일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회복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삶의 필수 조건으로 정리했다. 이 선택은 나를 느리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
3. 꾸준한 건강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나는 이제 건강을 ‘관리해야 할 프로젝트’로 보지 않는다.
계획표를 만들고, 목표를 세우고, 지키지 못하면 자책하는 방식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대신 나는 기준을 하나 정했다. 매일 완벽하게 운동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완전히 방치하지는 않겠다는 기준이다. 이 기준은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몸을 외면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나는 생활 속에서 틈틈이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해 8층까지 걸어 올라가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까치발을 들고 천천히 100번 정도 제자리에서 발을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길을 걸을 때는 어깨를 돌리며 굳어 있던 상체를 풀어주었다. 이 행동들은 운동이라 부르기에는 소소하지만, 하루를 통틀어 보면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몸을 조금씩 쓰기 시작하자, 몸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특별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고, 그 감각은 하루의 리듬을 안정시켜 주었다. 몸이 굳어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예전처럼 참고 넘기지 않고 바로 반응하게 됐다. 이 작은 반응들이 쌓이면서, 나는 몸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있었다.
보통은 건강 관리가 장기적인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 말은 더 이상 정보로만 남아 있지 않다. 몸이 가벼운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는 생각보다 분명했다. 집중력, 감정의 안정, 판단의 속도까지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이 차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건강이 선택의 질을 좌우한다는 걸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
이후로 나는 건강을 희생하며 무언가를 얻는 선택을 하지 않으려 한다.
잠깐의 성과를 위해 몸을 밀어붙이기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리듬을 택하기로 했다. 계단을 오르고, 까치발을 들고, 어깨를 돌리는 이 사소한 선택들은 나에게 ‘지금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준다. 이 신호 덕분에 나는 오늘의 삶을 조금 더 안정된 상태로 이어가고 있다.
4. 자기 계발은 성과보다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
나는 한동안 자기 계발을 성과 중심으로만 바라봤다.
얼마나 읽었는지, 얼마나 배웠는지, 얼마나 빨리 적용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다. 독서는 나에게 속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독서량을 늘리되,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느냐보다, 어떤 질문을 남기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습관은 나의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돈과 삶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나는 책을 덮은 뒤, 바로 다음 책으로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내용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가 공감한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생각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천천히 되짚어봤다. 정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을 남기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 훈련을 반복하면서 나는 생각하는 힘이 조금씩 길러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는 좋은 문장을 읽고도 그 감정이 금방 사라졌다면, 지금은 질문을 통해 그 생각을 오래 붙잡아 둘 수 있게 됐다. 돈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정보로 받아들이는 대신, ‘이 선택이 나의 기준과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이 질문들은 나를 더 성급하지 않게 만들었고,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층 더 넓혀주고 있다.
5. 가족과의 시간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우선순위
돈을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가족과의 시간을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일이 끝난 뒤 남는 시간에 가족을 만났다면, 이제는 가족과의 시간을 먼저 두고 나머지를 조정하려 한다.
이 선택은 쉽지 않지만 분명한 기준이 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함께하지 못한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가족과의 시간을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확보해야 할 삶의 핵심 영역으로 정리했다.
6. 돈과 가치가 충돌할 때의 기준이 생기다
이렇게 돈보다 중요한 가치들을 정리하고 나니, 선택의 기준이 훨씬 명확해졌다.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멈춘다. 수익은 좋지만 가족과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면, 다시 생각한다.
이 기준은 나를 느리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후회 없는 선택으로 이끈다. 돈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수단이지, 삶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 분명히 알고 있다.
7. 돈을 잘 관리한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졌다
예전의 나는 돈 관리를 ‘얼마나 모으느냐’로만 정의했다.
지금의 나는 다르다. 돈을 잘 관리한다는 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흔들리고, 때로는 기준을 놓칠 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는 분명해졌다. 이 확신 덕분에 나는 돈을 좇기보다, 삶을 설계하는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답을 정리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을 조금 더 분명하게 가진 사람에 가깝다.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보다, 이 선택이 나의 하루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더 관심을 두게 됐다. 숫자를 맞추는 일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내는 삶의 온도를 먼저 느끼게 됐다.
이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당장 결과로 증명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설명할 만한 성과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선택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된 이유, 소비를 결정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순간들, 가족과의 시간을 미루지 않게 된 태도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아마도 앞으로도 나는 흔들릴 것이다.
때로는 다시 돈을 중심에 두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이 나에게 중요했는지는 잊지 않게 됐다. 이 기준은 나를 앞서가게 만들지는 않지만, 길을 벗어나지 않게 해준다. 지금의 나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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