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1. 돈을 모으지 못하게 했던 나만의 핑계들을 마주하다
돈을 모으지 못하게 했던 나만의 핑계들을 떠올리는 일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나는 그동안 돈을 모으지 못한 이유를 꽤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살아왔다. 단순히 게으르거나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선택한 삶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불안함은 잠시 줄어들었고, 지금의 소비와 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에 대한 기록을 이어가며 느낀 건 분명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핑계들이었다. 이 글은 그 핑계들을 하나씩 꺼내어, 더 이상 나를 속이지 않기 위해 쓰는 기록이다.
2. “살면 얼마나 산다고”라는 말로 미뤄왔던 선택
내가 가장 자주 했던 말은 “살면 얼마나 산다고”였다.
이 말은 단순한 푸념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나의 선택을 미루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문장이었다. 나는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를 희생하는 삶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참고 사는 건 나와 맞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을 즐기는 선택이 더 솔직하고 현명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이 말은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지금 쓰는 돈에 대한 죄책감을 줄여주었고, 저축하지 않는 나 자신을 정당화해줬다. “언젠가”를 위해 오늘을 참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꽤 매력적이었다. 나는 이 문장을 방패처럼 사용하며, 불안과 책임을 잠시 뒤로 밀어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선택은 반복이 되었다.
오늘을 즐기겠다는 말은 내일도 같은 선택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미래는 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남았다. 나는 현재를 즐긴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선택은 자유라기보다 회피에 가까웠다.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안정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 두 가지는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서 나는 늘 현재를 택했다. 그 결과, 당장의 만족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은 조금씩 커져갔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핑계로, 준비의 필요성을 미뤄왔던 것 같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라는 말은 나를 위로해줬지만, 동시에 나를 같은 자리에 머물게 만들었다. 이 문장을 내려놓기 전까지는, 어떤 선택도 달라지기 어려웠다는 걸 이제는 분명히 안다.
3.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베짱이가 더 좋아 보였던 이유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당연히 개미가 옳다고 배웠지만, 요즘 시대에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개미는 평생 일만 하다 병만 얻고, 노년에는 병원 신세를 지는 거 아닐까?”
오히려 베짱이가 더 현명해 보였다. 지금을 즐기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삶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이 생각을 통해 나 자신을 안심시켰다. “그래, 나는 베짱이 쪽이야.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 해석은 돈을 모으지 않아도 되는 아주 강력한 핑계가 되어주었다.
4. 즐겁게 산다는 말 뒤에 숨겨진 불안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순간순간은 즐거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은 커졌다.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고, 예상치 못한 지출 앞에서는 쉽게 흔들렸다.
현실적인 삶을 들여다 보면 미래에 대한 대비가 없을수록 불안은 커진다. 나는 그 불안을 애써 외면하며 “지금이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나를 자유롭게 해주기보다, 현실을 미루게 만들고 있었다.
5. “나는 원래 돈을 모으는 체질이 아니야”라는 자기 규정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 스스로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었다.
“나는 원래 돈을 모으는 체질이 아니야.” 그 말은 단순한 성향 설명이 아니라, 하나의 결론처럼 굳어 있었다. 나는 내 사주에 금(金)과 수(水)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그 생각에 더 확신을 갖게 됐다. 제물이 없이 타고난 사주라니, 어쩌면 이건 나의 소비 습관을 설명해주는 완벽한 이유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야. 어차피 모이지도 않는데, 그냥 쓰고 살래.” 이 말은 나를 꽤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돈을 쓰고 나서도 죄책감을 덜 느끼게 해줬고, 저축하지 않는 선택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줬다. 나는 내 삶을 사주라는 틀 안에 넣어버림으로써, 더 이상 바꾸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생각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설명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기 위한 방패였다. 생각해 보면 돈을 모으는 능력은 타고나는 기질보다 반복되는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나는 사주를 핑계로 삼아, 연습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머물고 있었던 셈이다.
이 깨달음 이후, 나는 사주를 내 한계를 규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성향을 이해하는 참고 자료로만 두기로 했다. 돈이 모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모으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어두게 됐다. 이 작은 인식 변화가, 나에게는 생각보다 큰 전환점이 됐다.
6. 핑계를 내려놓자 보이기 시작한 진짜 선택
돈을 모으지 못하게 했던 나만의 핑계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미래를 포기한 게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현재를 선택해왔다는 점이다. 그 선택은 용기가 아니라 회피에 가까웠다.
이제 나는 개미처럼 무조건 참기만 하는 삶도, 베짱이처럼 아무 대비 없이 즐기기만 하는 삶도 원하지 않는다. 지금을 즐기되, 미래의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다.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게 내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7. 핑계 대신 기준을 만들기로 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핑계로 선택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그 기준의 핵심은 소비와 저축의 균형이다. 무조건 아끼는 삶도, 아무 대비 없이 쓰는 삶도 아닌,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 모두를 고려하는 선택을 하자는 원칙이다. 나는 이 균형이 있어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진다는 걸 알게 됐다.
또 하나 분명해진 기준은 돈보다 시간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점이다. 이 소비가 단순한 만족을 주는지, 아니면 나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넓혀주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과소비가 아닌 상태라면, 먹고 싶은 건 먹기로 했다. 즐거움을 전부 미루는 삶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 기준들은 나를 조여서 만든 규칙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에 가깝다. 핑계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던 삶에서, 기준으로 선택하는 삶으로 방향을 바꾼 지금,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덜 흔들린다. 이 작은 원칙들이 앞으로의 나를 지탱해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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