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1. 숫자를 마주하기로 한 날, 고정비를 처음 들여다보다
고정비를 처음으로 점검해 본 날, 나는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지만, 정작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쓰는 돈은 줄이면서도, 이미 정해진 지출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살고 있었다. 그날 나는 더 이상 감으로만 돈을 관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고정비는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 강력하게 삶을 지배하는 비용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하나씩 숫자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기록은 절약 노하우가 아니라, 내가 어떤 구조 안에서 살아왔는지를 확인한 날의 솔직한 기록이다.
2. 가족 보험료가 150만 원에 가까웠다는 사실
가장 먼저 확인한 항목은 가족 보험료였다.
나는 그동안 보험은 어쩔 수 없는 지출이라고만 생각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라고 믿었고, 그 믿음 덕분에 점검을 미뤄왔다.
하지만 실제로 계산해 보니, 가족 보험료로만 매달 15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보험이 문제라기보다, 점검하지 않은 태도가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다. 필요한 보장과 그렇지 않은 보장을 구분하지 않은 채, 불안함을 돈으로 덮어두고 있었던 셈이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보험은 원래 그런 거야”라고 넘기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인지한 이상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보험을 잘 아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가진 보험 증권과 납입 내역을 전부 모아서, 유지해야 할 보험과 줄여도 되는 보험, 그리고 변경이 필요한 보험을 하나씩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
지인은 내 상황에 맞춰 보장 내용을 꼼꼼히 뜯어봤다. 겹치는 보장이 있는지, 실제로 활용 가능성이 낮은 특약이 붙어 있는지, 납입 기간과 만기 구조가 내 생활에 맞는지까지 따져봤다. 나는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보험도 결국 선택의 결과’라는 걸 실감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불안과 습관이 결합한 상품들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보험을 정리하고 재구성했다.
(나는 ‘보험을 다시 설계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았다.) 유지할 건 유지하되, 과한 부분은 걷어내고, 필요한 보장은 내 상황에 맞게 바꾸는 방식으로 전체 구조를 손봤다. 그 결과 매달 150만 원 가까이 나가던 보험료가 약 50만 원 정도 줄었다.
나는 그 숫자를 확인했을 때 단순히 돈을 아꼈다는 기쁨보다, 내가 처음으로 고정비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불안을 돈으로 덮는 방식이 아니라 정보와 판단으로 불안을 다루는 방식을 배웠다는 점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고정비를 ‘어쩔 수 없는 비용’이 아니라, 점검하고 조정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기 시작했다.
3. 매달 30만 원 이상 나가던 택시비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택시비였다.
교통사고 이후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택시는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가 됐다. 나는 이 지출을 임시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확인한 결과, 택시비는 매달 고정적으로 30만 원 이상 사용되고 있었다. 순간 나는 ‘이건 고정비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습관이 되어버린 지출이었다. 이 인식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앞으로 조정할 여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4. 급여의 40%가 자기계발비로 쓰이고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항목은 자기계발비였다.
나는 스스로를 배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교육비와 문화·예술을 즐기는 비용은 가치 있는 지출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계산해 보니, 자기 계발과 문화생활에 쓰는 돈이 급여의 40%에 가까웠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나는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믿었지만, 그 비율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문제는 배움 자체가 아니라, 비율과 우선순위였다.
"내가 이만큼 쓰고 있었나?"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고정비를 확인하며 충격과 반성이 동시에 밀려왔다.
5. 식비는 오히려 10%도 되지 않았다
의외의 결과도 있었다.
주말 부부 생활을 하고 있고, 아들이 독립해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니, 식비는 전체 지출의 10%도 되지 않았다. 나는 식비를 줄이기 위해 애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미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중요한 힌트를 줬다. 내가 줄여야 할 곳과 이미 관리되고 있는 곳이 명확히 구분되기 시작한 것이다.
6.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는 감각
고정비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
이 감각은 단순한 절약 욕구가 아니라, 구조를 이해했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통신비, OTT 구독 서비스, 사용하지 않는 구독형 서비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그냥 지나쳤던 항목들이 이제는 선택의 대상으로 보였다. 고정비 점검의 핵심은 전부를 줄이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자동 지출을 멈추는 것이다.
7.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
고정비 점검을 마치고 나서,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후회보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왜 이제야 봤을까”라는 생각보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더 컸다.
이 기록은 나를 자책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돈을 관리할 수 있는 위치에 다시 서게 된 날의 기록이다. 고정비를 처음으로 점검해 본 그날 이후, 나는 돈이 막연히 무서운 대상이 아니라, 조정 가능한 구조라는 걸 체감했다.
8. 고정비를 점검한다는 건 삶의 구조를 보는 일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확실히 알게 됐다.
고정비를 점검한다는 건 단순히 돈을 줄이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동안 자동으로 빠져나가던 숫자들을 하나씩 마주하는 과정은, 내가 어떤 선택을 반복하며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는 일이었다. 왜 이 비용을 유지해 왔는지, 그 선택 뒤에 어떤 불안과 두려움이 숨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보험료, 통신비, 각종 구독 서비스처럼 습관처럼 유지해 온 고정비들은 나의 삶의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필요해서라기보다, 바꾸기 귀찮아서 혹은 불안해서 유지해온 지출이 많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 인식은 불편했지만, 동시에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아직 모든 걸 완벽하게 정리한 건 아니다.
당장 손대기 어려운 항목도 있고,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도 남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방향이 생겼다는 점이다. 예전의 나는 돈의 흐름에 끌려다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씩 구조를 설계하고 조정하려는 사람이 되었다.
이 변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큰 차이다. 나는 이제 돈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과 삶의 구조를 함께 바꾸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부자될 결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은 첫 순간 (0) | 2025.12.20 |
|---|---|
| 월급을 받자마자 나누기 시작한 돈의 흐름 (0) | 2025.12.20 |
| 불필요한 소비를 끊으면서 느낀 감정 변화 (0) | 2025.12.19 |
| 소비를 줄이기 위해 처음 시도했던 방법들 (0) | 2025.12.18 |
| 부자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바꾼 생활 습관 (0) | 2025.12.18 |